LG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래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며 “차별적 고객가치에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사업 대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논하드웨어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매년 1억 대 넘게 팔리는 가전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콘텐츠와 서비스 등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스마트TV 플랫폼인 ‘웹OS’와 여기에 내장된 무료 동영상 서비스 ‘LG채널’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킬러 콘텐츠’ 확보에 5년 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두 번째 축은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역량을 확충한다. 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에서 세계 10위권 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을 20조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올해 전장 부문 매출 전망(10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미래 자동차 사업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차세대 모빌리티 콘셉트인 ‘알파블’을 구현한 기술을 비롯해 자회사 사이벨럼과 함께 개발한 ‘사이버보안 관리체계 조종석(콕핏) 플랫폼’ 등을 이달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개하고 신사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 사전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 매물로 자동차 관련 콘텐츠·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 북미혁신센터(NOVA)를 중심으로 유망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반도체 기판(FC-BGA)과 전장 사업에 힘을 쏟는다. 지난해 취임한 문혁수 대표는 최근 “그동안 카메라 모듈이 사업의 중심축이었지만 FC-BGA, 자동차 부품에서도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LG이노텍은 2022년부터 4130억원을 투입해 FC-BGA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 2030년 배터리 소재 매출 목표는 30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완성차와의 합작·단독 공장 8개를 신·증설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7월 초거대 AI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하는 AI다. LG는 엑사원 2.0을 단계적으로 그룹 계열사에 보급한 뒤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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